코로나 격리병동 6일 차
두근두근 퇴원 전날부터 퇴원까지
드디어 긴(체감상) 격리 기간을 마치고 마지막 날이다. 아침에 의사 선생님의 전화를 받고 괜찮냐는 질문에 바로 "네!"라고 대답했다. 내일 몇 시에 퇴원할 거냐고 물어보셔서 최대한 빨리 잡아달라고 했는데 9시 반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리서 부모님이 9시까지 원무과로 옷을 가져다주시기로 했다. 원무과에 옷이 도착하면 검수를 거쳐서 내 병실로 가져다주신다고 한다. 관련된 약을 더 처방받기를 원하냐고 물어보셔서 괜찮다고 말했다. 추가로 필요한 서류가 있는지 물어보셨는데, 코로나 진단 확인서를 받으려면 20,000원을 추가로 내야 하고, 입원 확인서는 2,000원을 더 내야 한다고 했다. 보건소에서 문자로 격리 통지서를 받긴 했지만 회사에 제출용으로 문서 형식이 필요하여 보건소에 문의하니 문자로 보내주신다고 하셔서 별도의 서류는 병원에 요청하지 않았다. 나는 총 화-목 병가 처리를 받았고 그래서 아마도 나라에서 받는 생활지원금 대상자는 아닌 것 같다.
아침은 너무 슬펐다. 반찬이 다 짜서 먹을 게 별로 없었다. 낙지볶음인 것 같은데 낙지도 별로 없고 일단 간이 너무 짜서 별로 많이 먹을 수가 없었다. 새벽부터 오셔서 간호사 선생님이 수액도 달아주시고 혈압 재고, 혈전 방지 주사를 놓아주셨다. 왼쪽에 옮긴 수액 바늘이 좀 따갑고 욱신거려서 불편했는데 점심 쯤 돼서 내일 퇴원한다고 필요 없으시면 빼드릴까요?라고 해서 바로 빼기로 했다. 바늘을 뺐는데 피가 거즈를 덮을 정도로 나와서 좀 놀라긴 했지만 금방 지혈은 됐다. 아무래도 수액 바늘 있던 자리가 조금 부었던 것 같다. 일단 하루밖에 안 남았지만 수액 바늘을 빼자마자 여분의 옷으로 상의를 갈아입었다. 한 옷으로 5일 넘게 입고 있었더니 왠지 냄새가 날 것만 같아서...💦💦
여기 와서 주식이 도시락 밥이다 보니 밀가루를 거의 안먹었다. 이날 점심에 나온 국이 수제비였는데, 굉장히 오랜만에 그런 밀가루를 씹어먹는 느낌이어서 뭔가 달달하고 아무튼 굉장히 새로웠다. 밥을 먹으면서 느끼는 건, 웬만하면 밥 먹을 때 딴 걸 하지 말아야겠다는 것이다. 맛있는 걸 먹진 못해도 먹는 것 자체의 즐거움이 사라지는 건 싫다. 무슨 말인지 아무튼 이해가 잘 안 되겠지만, 사소한 것의 즐거움을 놓치지 않고 싶다는 것이었다. 혼자 살 때에는 특히나 적적해서 밥을 먹을 때 항상 아이패드를 보곤 했는데, 그냥 밥 자체에만 집중하는 게 오히려 일상을 입체적으로 살아가게 해주는 것 같다. 밥먹을 땐 밥 먹고, TV 볼 땐 TV 보는 것처럼.
이제 식사 사진은 거의 끝나간다. 참고로 병원비는 0원이다. 격리 기간이 목요일까지라 금요일까지만 입원(총 7일)하지만, 최대 10일까지 입원비가 무료로 지원된다고 한다. 이렇게 나라에서 지원도 받으면서 밥도 먹고 격리도 할 수 있게 되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에 걸리고 나서 가족들한테 피해가 갈 까봐 단기 월세 같은 방이라도 알아보려고 했는데 일주일에 30만 원 이런 식이어서 고민하던 차에 생활치료센터를 알게 됐고 비록 격리병동으로 오긴 했지만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회복도 빠르게 되고, 케어도 잘 받게 된 것 같다. 물론 가져온 물품들을 다 버려야 하는 것은 참 안타깝지만 내가 잘 알아보지 못하고 가져온 것들이 많아서 더 그런 것 같다. 앞으로는 방역이 해제되면서 이렇게 격리를 하게 될 진 모르겠지만 격리병동에 오게 될 사람들이 있으면 준비물에 대해서 알려주면 좋을 것 같아서 정리를 해보았다.
준비물
- 옷: 최대한 편한 옷(병원 옷도 있음 여벌 굳이 필요X), 신발은 슬리퍼 추천(신고 오기)
- 세면도구: 칫솔, 치약, 샴푸를 비롯한 로션 등등 샘플 최대한 작은 걸로. 나가기 전에 무조건 씻어야 함.
- 마스크: 필수템
- 수건: 2개가 적당. 나는 까먹고 안 가져와서 B마트로 주문했다(어차피 버려야 하는데.. 눈물)
- 드라이기: 원래는 없다고 했는데 내가 오게 된 방에는 있었다. 이건 소독하면 가지고 나갈 수 있다.
- 기타 전자기기: 노트북, 아이패드, 휴대폰, 충전기 등등... 없으면 심심하다.
- 카드: 집에 갈 때 필요.
안 가져와도 되는 것
- 양말: 왜 가져왔지 싶다. 슬리퍼를 신으니 여기서 양말 신을 일 자체가 없다.
- 속옷(브라): 주기적으로 엑스레이 찍어야 해서 어차피 안 끼는 게 나음. 수액 바늘 때문에 계속 입고 벗고 할 수가 없다.
빨간 것들은 소독 후에 다시 집으로 가져갈 수 있지만 소독 과정에서 고장 나는 것은 책임지지 못한다고 한다.
정말 최소한으로 가져오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혹시 모르니 주기에 따라 여성용품(생리대 등)도 꼭 필요하다. 나는 왔는데 안 가져온 것들은 배달의 민족 B마트로 주문해서 입원 첫날에 원무과로 보내서 받았다.
그리고 시간이 빨리가는 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주로
✔ 일기쓰기
✔ 인터넷 쇼핑하기
✔ 노트북 서칭하기
이것들이 가장 시간이 빨리 갔던 것 같다. 그리고 병원에 있으면 생각보다 밥 먹는 시간이 금방 오고 밥 먹고 약 먹으면 또 잠도 잘 오기 때문에 그렇게 지루한 시간은 아니었던 것 같다. 생각보다 넷플릭스나 유투브는 금방 지루해졌다. 차라리 친구들이랑 얘기하고 원래 하던 일 하는 게 제일 시간이 빨리 가는 것 같다.
증상은 아직 싹 나았다고 할 순 없고 80%정도는 나았다. 가슴이 답답하던 것과 가래가 심했던 것, 목이 아픈 것은 다 나았고 코가 살짝 맹맹하고 가래가 약간 남아있는 정도다. 목소리는 원래대로 돌아온 것 같고 열은 입원하고 한 3일만에 다 가라앉았다. 매일매일 맞는 비타민수액 + 항생제 2종 + 식후에 먹는 약들이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정말 이렇게 꾸준히 관리 안했으면 더 오랫동안 증세를 가져갔을 텐데 그랬으면 몸이 정말 힘들었을 것 같다.
퇴원할 때에는 대중교통 말고 택시를 이용하는 게 좋다고 한다. 3일 동안은 대중교통이나 공공장소 웬만하면 피해서 다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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