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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MMCA <크지슈토프 보디츠코: 기구, 기념비, 프로젝션>



<크지슈토프 보디츠코: 기구, 기념비, 프로젝션>

국립현대미술관(MMCA) 서울관

2017. 7. 5. - 10. 9.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태어난 그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나는 사진가이며, 산업 디자이너미여, 미디어 아티스트이며, 비평가이며, 역사가이고, 철학자이면서, 정치가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나는 그중 하나는 아닙니다."

그의 작품을 하나하나 감상하고 나면, 그가 자기 자신을 얼마나 잘 통찰하고 있는지 알게된다. 


 그가 만들어낸 기구들을 보면 참 재미있다. 마치 어렸을 때(지금도 그렇지만) 머리 감기가 귀찮아서 머리 감겨주는 로봇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던게 떠오른다. 기구들 중에는 <수레-연단>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두개의 바퀴가 달린 연단 위에 올라가서, 누군가 말을 하면 그 수레가 굴러간다. 말을 강력하게 계속해야 수레가 굴러가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말을 하는 사람의 에너지가 운동 에너지를 만들어낸다는게 신기했다.


 <공공 프로젝션> 시리즈는 본질에 충실한 작품들이라 가장 인상적이었다. "Projection"은 Pro(앞으로) Ject(내던짐)으로 풀어서 해석할 수 있는 단어이다. 사전적 의미로는 상영, 투영 등의 뜻이 있다. '왜 그것을 군중들 앞에 내던져보여야 했는지'가 매우 명백했다. 그는 너무나도 사람들이 알길 바랬다. 그래서 그는 링컨 동상에, 시청 건물 외벽에, 중앙도서관 입구 벽과 같은 공공시설물에 영상을 투사했고,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했다. 전쟁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사람들, 차별받는 이민자들, 테러를 당한 사람들, 원자폭탄을 맞는걸 목격한 사람들 그리고 온갖 차별과 편견에 시달린 여성들. 그들은 정말 적절한 장소에서 적절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힘겹게 얘기를 꺼내는 사람들의 손만 보여지기도 하고, 혹은 말과 함께 글씨만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프로젝션은 '보는' 즐거움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나의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들의 떨리는 목소리 하나하나에 담긴 진심이 강하게 와닿았다. 

 또, 프로젝션을 할 때, '장소'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시청, 중앙도서관 입구 등 공공장소에서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전시하는 것은 수많은 사람들이 길거리로 나서서 하는 시위만큼이나 강력한 힘을 가졌다. 특히, 참전군인의 모습이 링컨 동상에 겹쳐질, 그 목소리는 힘을 가진다. 평화의 상징인 링컨 동상과 마찬가지로 평화를 갈망 했던 그의 목소리는 더이상 개인의 하소연이 아닌, 마치 감동적인 하나의 연설처럼 보여진다. 


 프로젝션이 끝났을 때,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 처럼 사람들은 일상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저마다 다른 생각을 하겠지. 그런 생각들이 조금씩 우리의 삶에 변화를 가져올거라는 것을 믿는다.